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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까지는 못 되는 감상

20140406, 노아 1. 서사적 구조를 가진 예술은 대개 두 가지 방식으로 기능한다. 첫째는, 그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으로 기능하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본래 하려는 이야기는 내면에 숨겨져 있는, 즉 눈에 보이는 이야기 전체가 주제를 상징하는 거대한 비유가 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모든 서사는 대부분 이 두 가지 방식 중 한가지로 기능한다. (둘 다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 되고, 둘 다 충족시키면 이 된다.) 2. 영화 는 위 두 가지 중 철저하게 후자로서 기능한다. 시종일관 노아가 나오지만 영화는 노아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순수한 '이야기'로 보기에 이 영화는 호흡이 지나치게 길고, 전개가 지루하다. 스크린을 수놓는 거대한 CG와... 배우들의.. 더보기
20150428, 울트론의 시대 에이지오브울트론을 봤다. 보고나서 들었던 질문이 있었다. 과연 어벤저스는 영웅인가? 실컷 무기를 팔아먹으며 죽음을 팔다가 이제 제정신 차려서 그거 없앤답시고 다 폭파시켜버리는 머리좋고 돈많은 공돌이가 영웅인가? 이계에서 혼자 우두커니 와서는 오함마질이나 하거나 날아다니며 번개를 뿌려대는 반인반신이? 화가나면 모조리 때려부수는 녹색 괴물은 어떤가, 소련 첩보국에서 미국인을 골라 죽이다가 소속만 바꿔 이제는 다른 미국인을 죽이는 스파이는 어떤가 말이다. 나는 그동안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작품들을 '장르로서의 [히어로물]'이라고 부르긴 했어도 그 주인공들을 영웅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적인지 아군인지 알수없는 외계인과 싸운답시고 뉴욕에 있는 건물을 모조리 다 때려부수거나 정치적 반대세력을 죽이는 놈들이 과.. 더보기
「20100512, 어노인팅 9집 녹음집회」 이 글은 2010년 5월 12일에 쓰여졌습니다.네이버 블로그 시절의 리뷰들을 티스토리 블로그로 옮기는 작업중입니다. (그래봐야 대부분 어노인팅 리뷰)원문을 약간의 윤문하였고 몇가지 틀린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습니다.글을 옮기는 현재의 시점, 즉 2015년 1월 현재의 생각이 조금 첨언되었습니다. 이 리뷰는 기억에 의존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어노인팅의 9집 녹음집회는 2010년 5월 11일에 있었습니다.)이 포스트는 녹음집회 후기만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정서적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시는가,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노래할 수 있는가. 어노인팅 녹음집회에 참석한 것도 어느덧 네번째. 컨퍼런스나 서울집회, 워크샵이나 그외의 다른 집.. 더보기
「20150106, Advanced Healing(2009), 이대귀」 이 글은 1) 에 대한 개인적 감상, 2) 19회 나비공장 공장음악회에서 나눠진 이야기들, 3) 블로그 '영감으로 가득한 세상'의 글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일부라도 가사를 직접 인용한 부분은 큰 따옴표("")와 함께 글자색을 (앨범커버에 제일 많이 쓰인) 연두색으로 표시했습니다. 너 들어본 치유 무어냐, 그냥 한번 들어본 것인가 내가 어떻게 이대귀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되고, 이 앨범을 사서 듣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앨범이 CCM 앨범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제일 먼저 추천하는 앨범이 되었는지는, 처음 알게된 앨범이 나온지 5,6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나 어쩌다 그랬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교회 안의 일에나 천착하던 내가 로널드사이더나 짐 월리스의.. 더보기
20150104, A Whole New World, Brad Kane & Lea Salonga 겨울왕국을 보며 격세지감(혹은 기시감)을 느끼다. 2014년에 나온 노래 중 가장 인기있는 곡을 꼽으라면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불렸던 노래를 꼽으라면 답은 정해져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레리꼬~ 레리꼬~ (얼버무리며) 나나나나 나나나~"하는 초딩들의 흥겨운 떼창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 파급력이 굉장했던 2014년, 하교시간에 맞춰 초등학교 앞을 몇번 지나가다 슬쩍 보면 항상 레리꼬~ 하면서 교문 앞을 배회하는 여자애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교회 유초등부에 기타칠 일이 있어서 참석했다가 쉬는시간 시간죽이기 용으로 코드만 뚱땅거렸는데, 애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레리꼬를 열창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 더보기
20141230, 한 새 사람 - 모든 민족과 방언들 가운데, 어노인팅 고유명사 [5집] 누군가가 내게 예배실황앨범 딱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않고 이 앨범을 꼽겠다. 어노인팅 5집에 특별한 음악적 가치나 예배예술의 역사적 의의가 월등히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음악을 매개로 한 본격적 예배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 절대적으로 이 앨범의 영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전에는 교회음악에 관심이 없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성가대는 유초등부때부터 했고, 찬양팀도 몇년 했었다. 다만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내가 인식하는 교회 음악들은 '준비찬양'에 가까운 것이었고 기도나 예배할 때 쓰이는 브금 정도였을 뿐. '찬양은 말씀을 듣기 전에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이라는 뭔가 미심쩍은 목적이 거스를 수 없는 도그마였던 내게 '음악을 도구로 스스로의 예배를 표출하는 것을.. 더보기
20141128, Lost Stars, Adam Levine [스포주의] 이 포스트는 영화 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담고 있으니 알아서 피해주세요 :) 감독도 같고 비슷한 흉내도 냈지만, 사실 은 와 유전자부터 다른 영화다. 북유럽 특유의 지루한 하드보일드에서 느껴지는 원스의 쿨내는, 헐리웃의 돈다발 탈취제가 잔뜩 뿌려진 비긴어게인에서는 전혀 맡을 수 없는 것이다. 비긴어게인의 스토리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분자단위까지 봐왔던 뻔하디 뻔한 것이고, 부실한 스토리에 얹어지는 음악은 너무 예쁘고 매끈하기만 하다. 많은 비평가들이 지적한 이 모든 단점(;)을 안고도 내가 비긴어게인을 원스에 준하는 영화라고 느꼈던 이유는, 키이라 나이틀리에 대한 개인적인 빠심도, 마크 러팔로의 어색한 상상연기에도 불구하고 다들 좋아하는 상상 연주씬도 아닌, 순전히 'Lost Stars' 한 .. 더보기
20141103, 내 삶 드리리, 마커스 남들보다 입대가 꽤 늦었던 탓에 내게 군생활은 주로 "감정과 이성의 압박"에 대한 답답함으로 기억되곤 한다. (좋았던 사람들과 즐거웠던 일들은 분명히 많았지만, 그때 느꼈던 답답함의 감촉은 여전히 차갑다.) 사단신교대에서 처음 맞이했던 예배는 사실 기계적인 교리소개에 불과했고, 여기가 예수를 섬기는 곳인지, 초코파이를 섬기는 곳인지 헷갈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신교대 교회들이 그렇듯, 훈련병예배는 훈련병들 중에서 찬양팀을 (군종병 재량으로) 선발해 3,4주마다 바뀌는 시스템으로 꾸려졌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입대했던 주에 찬양팀이었던 중대는 그 주가 마지막이었고, 내가 속했던 중대에서 찬양팀이 뽑힐 차례였다. 그리고 찬양팀 하고 싶은 사람 나오라고 했던 당시 군종병(내가 속한 훈련중대의 조교였던.. 더보기
「20141016, 어노인팅 11집 녹음집회」 주의! 이 포스트는 어노인팅의 열한번째 녹음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 훨씬 더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예배와 나 사실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침체를 겪었다. 아니, 아직 그 침체를 과거형으로 말하기 아직 이른 건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예배사역이라고 하는 일련의 사역방식에 본격적으로 관심 가진 것이 스무 살 때였으니, 이제 딱 10년 됐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교회 안에서 사실상 예전적 예배만을 경험했고 '준비찬양'만 10~15분 하는 것에 익숙해있던 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설교자에게 발언권이 독점되어 있지 않고(이제는 인도자들이 독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예배자들이 설교말씀을 듣는 수동적 태도가 아닌 직접 노래하는 적극적 예배를 굉장한 감격으로 받아들였었다. .. 더보기
20140721, 생명, 이대귀 앨범이 나온지 한참이 지나도록 존재조차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더 많이 듣게 되는 아티스트, 그의 첫 앨범. '어지간한 CCM 앨범에는 혹평으로 악명(!)이 자자하던 CCMer에서 호평을 받을만큼 명반이었던 것도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런 평과는 상관없이 이미 이 앨범은 내게 (앨범타이틀처럼) "더 나은 치유"였다. 이 앨범의 사실상 첫 트랙, "생명"은 답답하고 갑갑했던 군생활 하루의 끝에서 2생활관 끝 침대 위에 몸을 누이며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던 얼마 안되는 위로였다. 매일 자정이 넘어서 딱딱한 침대 위 누르스름한 취침등 불빛 사이로 간신히 보이던 생활관 천장을, 그 공허함을 채우던 순간들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담담하고 건조하게 시작되는 1절을 넘어 둑이 터지듯 쏟아지는 후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