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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까지는 못 되는 감상/음악_ 한 번에 한 곡씩

20141128, Lost Stars, Adam Levine


[스포주의] 이 포스트는 영화 <비긴 어게인>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담고 있으니 알아서 피해주세요 :)


     감독도 같고 비슷한 흉내도 냈지만, 사실 <비긴어게인>은 <원스>와 유전자부터 다른 영화다. 북유럽 특유의 지루한 하드보일드에서 느껴지는 원스의 쿨내는, 헐리웃의 돈다발 탈취제가 잔뜩 뿌려진 비긴어게인에서는 전혀 맡을 수 없는 것이다. 비긴어게인의 스토리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분자단위까지 봐왔던 뻔하디 뻔한 것이고, 부실한 스토리에 얹어지는 음악은 너무 예쁘고 매끈하기만 하다. 많은 비평가들이 지적한 이 모든 단점(;)을 안고도 내가 비긴어게인을 원스에 준하는 영화라고 느꼈던 이유는, 키이라 나이틀리에 대한 개인적인 빠심도, 마크 러팔로의 어색한 상상연기에도 불구하고 다들 좋아하는 상상 연주씬도 아닌, 순전히 'Lost Stars' 한 곡 때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전부 다 불안한 현재를 살고 있다. 성공한 음반 레이블 대표였던 댄(마크 러팔로 扮)은 부인과 별거하고 중학생 딸에게 무시 당하는 몰락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扮)는 자신의 조력 덕분에 성공하게 된 연인에게 배신 당하고 무미건조한 삶으로 돌아가기 직전이며, 데이브(애덤 리바인 扮)은 큰 대중적 성공을 거뒀지만 음악적 본질에 대한 충족을 느끼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태. 갈등과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겠느냐가 극을 지탱하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영화가 제시하는 해결이라는 것은 완전히 실패 같다. 그레타의 앨범 취입 과정은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 없으나, 그 앨범이 댄과 그의 아내가 화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며, 그레타와 데이브의 만남도 딱 '영화의 결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장치'처럼 보인다. 갈등이 생기는 과정도 엉성하고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을 주는건 음악영화의 한계라고 봐야 할까.

     하지만 이 엉성한 짜임새, 그 덕에 생기는 개연성 부족의 갑갑함은 데이브가 부르는 'Lost Stars'를 들으면서 희미해져버린다. 영화에서 꾸준히 반복되는데도 별로 귀에 꽂히지 않고 심지만 간신히 태우던 노래는 마침내 애덤 리바인의 보컬을 뇌관 삼아 폭발하는데, 우리가 누구일까 궁금해하는 도입부, 우리는 어둠을 밝히려는 길잃은 별들이 아니냐고 되묻는 마무리의 가사는, 이 모든 불안함과 불안정함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닌, 삶의 한 단면임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초극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원래 사냥철에 도망다니는 양처럼 의미를 찾아 헤매고 길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불안정함은 젊은이에게 사실 예정되어 있는 것이니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배경심리가 읽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긴 어게인>을 힐링영화라고 부르나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하는데, 아마 이 곡의 그런 쿨함에서 위로를 얻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이 부분에서 불안해하는 청춘들이 "당연한거야, 너만 불안한거 아니야"라고 얘기해주는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닐까.

     유행을 배격하는 취향 탓인지 마룬파이브 노래 모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트렌드에 적지않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는데, 괜히 마룬파이브, 애덤 리바인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의 보컬 - 브릿지의 가성은 정말... - 과, 거의 F 다이어토닉 코드만 썼으면서 이렇게 매끈한 노래를 만들어낸 작곡가들의 능력에 감탄을 하고, 나도 뭔가 써보려고 한창 기타를 잡으며 곡을 써봤지만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