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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생각

20150310, 선곡, 어디까지 해봤니? 예배인도자가 예배곡을 혼자 선곡하는 건 개인의 음악적 취향이나 신앙의 색채가 공동체 예배에 독점적으로 투영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청년예배 찬양을 2년동안 인도하다가 내 취향이 지나치게 공동체에 영향을 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도자를 넘기기도 했었고, 곡 선곡을 같이 한다든가 인도를 부분적으로 맡아서 하는 방식이라든가 하는 것을 시도했었습니다. 결과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팀원들에게 예배 때 같이 부르면 좋을 곡을 추천 받는 식으로 선곡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 같은 것은 괜찮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어떤 공감대나 배경설명 없이 곡을 추천 받으면 팀원들은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요즘 자주 들은 노래 같은 것을 강추하는 경향이 큽니다. 자기 취향대로 곡.. 더보기
20150316, 예배실황영상의 함정 제가 제일 처음 본 “예배 전체를 담은 영상”은 어노인팅의 5집 DVD였어요. 여러 차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썼던 것처럼, 그 앨범은 전통적 예배에 갇혀 있던 제겐 꽤 큰 문화충격이었고, 큰 변혁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한동안 저는 그 영상을 ‘이 다음에는 이 장면, 그 장면 다음에는 어떤 장면’하는 순서를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봤었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아서 계속해서 반복했던 거였어요. 노트북으로 봤다가, 데스크탑으로 봤다가, 교회 스크린으로 보기도 하고... 영상편집이나 촬영에 대해서 완전 문외한이지만, 계속 보다보면 잘 몰라도 이런저런 생각이 생겨나더라고요.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예배실황영상이라는 것이 그곳에.. 더보기
20150303, 우주는 무한히 넓고 큽니다. 밤하늘을 보고싶어 잘 쓰지도 않는 서랍 속에 있던 싸구려 망원경을 꺼내 먼지를 툭툭 털고 별자리를 찾는다. 배율도 선명도도 워낙 떨어지는 아동용 망원경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밤하늘이 캄캄하다는 뻔한 사실 뿐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면서 "나는 망원경으로 별자리 찾는 천문학도야"라며 자긍심을 가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 후진 망원경으로 본 우주가 실제의 우주의 미세한 부분 중에서도 가장 작은 부분이며, 그 망원경의 렌즈로 발견한 우주의 스케일은 실제 우주의 크기와 분명 다르다는 것 빼고는 문제될 것이 없다. 낡은 사고와 경직된 해석으로 성경을 읽어, 그분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도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해석을 통해 부딪히게 되는 한계는 너무 뻔하다. 허블망원경까지는 아니더.. 더보기
20150302, 하나님 사랑 = 나라 사랑??? 크리스천이니까 3.1절을 기념해야 한다고? 3.1절은 어쩌면 크리스천들과 전혀 상관 없는 날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안위와 하나님의 뜻은 일치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랜 식민통치와 전란에 시달린 우리 민족에게 자주국가는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이상향' 같은 것이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 힘들게 쟁취한 국가체제를 사랑하고 멸사봉공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준엄한 명령이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 [애국심]은 [사랑]이나 [정의] 만큼이나 보편타당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한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애국]과 [신앙]을 접붙이기하여 국가의 안위와 성장이 하나님의 뜻에 합한 것이라며 엄포하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성경이 말하는 '나라'는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뜻이잖아 성경은 애국심과 믿음의 관.. 더보기
20150222, 침례교는 사순절을 안 지킨다며? 1. 오늘은 사순절이 시작되고 첫번째 맞는 주일이었다. 하지만 열시간 가까이 교회에 있는 동안 사순절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사순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순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전예배 찬양하면서 내가 얘기한 것이 전부.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침례교는 사순절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런데 미국의 침례교회 중에서는 지키는 곳도 있는 것 같더라;;; 사실 우리 교회가 절기나 전례를 잘 지키는 편은 원래부터 아니었다. 하지만 침례교에 없는 장로도 만들어서 임명하는 판에, 더 중요하다면 중요한 절기를 지키는 것을 소홀히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의적인 교회 운영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우리는 절기를 지키지 않는다는 교회 전체의 동의 같은 것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사순절 내내 부르겠다고 .. 더보기
20150216, 기타는 쳐줘야 진짜 경배지! 지난 주일 오전예배때, 설교중에 담임목사님은 어려운 노래를 부른다고 경배하는게 아니고, 기타를 쳐야만 경배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하셨다. 그렇게 생각하는 청년들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장년은 청년의 노래를 익히고, 청년은 전통적인 찬양을 익히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가 뒤에 붙긴 했다) 동의한다. 음악은 본질이 아니다. 목사님의 그 발언은, 교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무분별한 문화적 추종에 대한 일침이었을 것이다. 본질을 잊은채 유명한 문화적 외피만을 두르는 것으로는 진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것도 안다. 어떤 형식을 깨야만 본질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또 다른 형식주의일 뿐이니까. 그런데 청년들이라고 죄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또 청년이 아닌 이들 중에.. 더보기
20150114, 안녕하세요, 지역교회에서 찬양인도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제대로 찬양을 "인도"한다고 했을때 내 나이는 스물 한 살이었다. 내가 맡았던, "청년연합예배"라고 불리던 찬양시간에는 스무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 청년들이 참석했다. 고작 대학교 2년다닌 청년부 뉴비가 인도하기에 그들은 노련했고, 숙련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깊이있지 못했고, 모난 성격에 까칠한 태도로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던 차였다. 기껏 기타치면서 노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내세울 만한 것의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년부의 리더십은 그런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해 내게 찬양인도를 시켰던 것 같다. (보통의 지역교회에서 찬양인도하는 사람을 깊이와 영적인 이유로 뽑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어. 노래하는 거 좋아한다 싶으면 시키는 게 대부분이지.) 하지만 나는 내가 그럴만한 가치 있다고 인정 .. 더보기
20150114,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주님, 짜장면 먹으면 좋겠습니까, 짬뽕 먹어야 하겠습니까?" 목사님들이 설교 도입부에 하는 농담들을 모아놓은 설교유머집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 말은, 사실 누군가의 실제 경험담이란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이 빚어낸 촌극이다. 하나님과 동행하고 그 하나님이 매 순간마다 디렉션해주는 삶은 많은 크리스천들의 강력한 소망이니 이런 일도 벌어진다. 그러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은 사실 굉장히 어렵고 껄끄러운 삶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삶에 개입하는 건 엄청 귀찮은 일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느낀다. 자기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걸 느끼면 “왜 자꾸 쳐다봐요?”하고 따지듯 묻거든. 그런데 성인이 되고나서도 다른 존재의 뜻에 삶 전체를 맞춘다는 것은 꽤 불편한 일.. 더보기
20150112, 갑질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갑이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를 갑이라고 착각하고 갑질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을이 아닌데도 자신을 을이라고 생각하고 갑을 떠받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더보기
20150112, 성경공부 = 잉여질? 잉여질 - '나머지'라는 뜻의 명사 '잉여'와 '좋지 않은 일을 하는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이 결합해 만들어진 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몰두하는 행위'를 낮게 이르는 말이다 - 과 덕질 - 일본어 ぉ宅에서 온 말, 오타쿠를 한자로 음차한 '오덕'의 '덕'과 '-질'의 합성어.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뜻한다 - 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이다. 대입과 취직, 결혼 같이 보편적인 삶의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뺀 나머지 일들을 하는 것에 인색한 시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 그 길에서 이탈하거나 역행하는 행위, 시류를 따르지 않는 모든 행위는 핀잔의 대상이 된다. 고3이 대입을 위해 독서실이나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토익점수나 공모전으로 스펙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