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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까지는 못 되는 감상

「20140623, 어노인팅, 예배캠프 2014 LIVE」 ● 이것이 "나"의 예배라?청년 A는 매주 빠지지 않고 유명 예배사역팀의 정기예배에 참석한다. 모교회에서 이모저모로 하고 있는 일이 많지만, 이른바 찬양예배에 참석하면 일단은 모든 사역에서 해방되는 기분이다. 예배 전에 방송실 믹서를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되고, 파워포인트 오탈자를 찾을 필요도 없고, 미리 세팅해놓아야 하는 것도, 예배 오라고 연락해야할 사람도 없다. 그냥 그 자리에 가서 “예배하는 것”이 전부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혹여나 하울링이 나지는 않을까, 스크린에 커다랗게 “주의 바지가 내려와”같은 충격적인 오타가 나올까 맘 졸이지 않아도 된다. 서툴고 버벅거리는 인도자의 인도가 아니라 앨범에서나 들을 법한 유려하고 간략한 리딩에 마음만 열면 된다. 대형집회, 전문화된 사역팀이 이끄.. 더보기
「WPO 3B sympony Series」 언젠가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SNS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포털사이트 카페에 들어가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 얘기를 좋다고 주고받았는데, 넷 상의 성격이라고 해봐야 한 꺼풀 벗기면 전혀 다른 단편적인 것이었지만, 그래도 성격도 잘 맞고 비슷한 음악취향을 가진 사람들과는 메일도 보내고 친분을 쌓아가는 식이었다. 그러다가도 ‘이 사람과는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정도의 친밀함까지 느껴지면 실제로 만나게 되는데, 사실 상대방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은 적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 걸음걸이는 어떤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온라인에서 쌓은 그 사람에 대한 나만의 상상으로 약속장소에 나가보면 (어떤 의미로든) 충격적일 수밖에.. 더보기
「그래비티GRAVITY (2013)」 그래비티│GRAVITY 감히 말한다. 이 영화는 올해의 영화다. ● 이 영화를 단순한 S/F 영화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모든 S/F 영화가 인간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지만, 이 영화처럼 조용히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읊조리는 영화는 흔치 않다. 모든 것은 수단이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까지도. 안쪽이야기_ ● 주인공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扮)는 시설전문가다. 그녀는 다른 두 사람의 동료가 제트팩을 이용해 유영하며 놀거나, 춤추는 것처럼 장난치는 것과 달리 묵묵하고 진지하게 할 일만 하며 초반부를 보낸다. 극 중반에 밝혀지지만 그녀는 우주에 나오기 전 하나뿐인 딸을 잃고, 직장과 집을 아무 의미 없이 반복하는 [살아있지만 죽은 삶]을 살고 있었다. 즉, 라이언이 있는 무중력의 우주가 바로 그.. 더보기
「20130829, 어노인팅, 예배캠프2013 LIVE」 ● 마침내, 궤도에 올랐다 어노인팅 정규앨범(이하 정류앨범)과 예배인도자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라는 두 개의 기둥 사이에 간신히 껴있는, 하나의 소품 같았던 예배캠프 앨범이 시리즈 두 번째 앨범을 가지고 재등장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임에도 이 붙어있는 덕에 시리즈임을 알 수 있었던 , 과는 달리 프로젝트는 캠프 자체가 소그룹 강의 위주의 캠프실황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앨범이 나올지도 불확실해 보였다. 자켓만 보더라도 세로로 길게 빠져 유려한 정규앨범의 자켓이나 해를 거듭하면서 거의 완성에 가까운 디자인을 구축한 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 '보통의 힐송류 스타일의 워십앨범 자켓'과 다름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불안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앨범 리뷰를 쓰면서도 다음 앨범이 나올지 안나올.. 더보기
「20121102, 어노인팅 10집 녹음집회」 이 후기는 지난 10월 23일에 있었던 어노인팅 10집 녹음 집회 참석 후기이긴 하지만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포스팅에 가깝습니다. 동의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001 가치를 긁어모아 드리는 예배‘갓피플’, 혹은 ‘유투브’에 접속한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예배사역팀이나 예배곡을 검색한다. 수많은 동영상 검색결과들이 모니터를 가득 채운다. 어디어디팀에서 부른 어떤 노래, 어느어느교회에서 부른 어떤 노래. 어떤 노래는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버전이 여러 가지고, 부르는 곳도 다양하다. 그런데 홍수에 마실 물 없다고, 어느 때보다 찬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가시적인 모습들을 여기저기서 마주할 수 있는데도 마음 한 편이 공허하다. 시선은 우리교회로 돌아온다. 공예배는 매일.. 더보기
「20120722, 어노인팅, 예배캠프2012 LIVE」 개인적으로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오는, 모 사단 신교대 군종병으로서의 1년여의 시간들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매주 4~500명의 훈련병들 앞에서 - 그들의 대부분은 크리스천이 아니었다! - 찬양을 인도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두 즐겁고 신나게 노래할 수 있던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해보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훈련병들은 5주 동안 다섯번 예배를 참석하고 수료했는데, 그중에서 수명이 한달인 찬양팀을 매달 꾸려야하는 일은 늘상 하던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늘 함께 해오지 않던 사람들과 방향성을 맞추고 같이 예배하는 것은 그 사역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앨범리뷰를 하려던 차에 갑자기 느닷없이 매주 바뀌어가며 찬양했던 한달 수명의 군교회 찬양.. 더보기
「20120618, 남미워십, 나 여기에」 남미워십의 네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3집 이 내 기대와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좋았던 것을 비춰봤을 때 4집의 발매소식은 나를 흥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예배사역쪽에서 이름난 몇몇 팀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춰보면 LAMP와 같은 군소사역팀(!)의 분투가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 앨범은 '남미에서 불리는 예배곡들은 번역해서 한국에 소개하는' 본래의 목적에 지나치게 성실할만큼 충실하다. 그간의 앨범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보통의 사역팀이 앨범을 두번째, 세번째 내기 시작하면 창작곡을 넣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네번째 앨범인데도 창작곡이 하나도 없이 앨범의 11곡이 모두 번안곡이다. 큰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게 너무 맘에 든다. 번안곡 같은 창작곡들이 난무하.. 더보기
「20110410,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_02」 초대교회의 구속된 경제적 관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말씀이 흥왕했다. 이 얼마나 우리를 엄숙하게 만드는 사실인가! 오늘날에도 그럴 것인가? 오늘날에도 비슷한 경제적 변화가 이루어지면 신자가 극적으로 증가할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전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자들은 그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로날드 J. 사이더,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5판, 한화룡 옮김, IVP, 2005, p.145. 주님의 성찬에서 몸을 분별한다는 바울의 가르침의 의미를 이해한 이상 우리는 굶주리는 그리스도인이 존재한다는 수치스러운 사실이 없어질 때까지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세계 어떤 곳의 그리스도인이라도 굶주리고 있는 한, 세계 모든 곳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찬식은 불완전하다. 상게서, p.. 더보기
「20110410,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_01」 1. 로날드 사이더의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을 다 읽었다. Rich Christians in an Age of Hunger: Moving from affluence to Generosity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크게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해,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2011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 되지 않을까... 반드시 소장해야하는 책이지만, 일단은 빌린 것이기에 주요부분을 발췌해둔다. 일단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입장을 묘사한 본문 중, 내 생각과 매우 흡사한, 허나 더 명확하게 설명된 부분... 독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산기슭의 작은 마을에 모여 살았다. U자형의 급커브가 군데군데 있으며 난간도 없는 가파른 벼랑으로 이루어진 꼬불꼬불하고 미끄러운 길이 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