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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까지는 못 되는 감상/기독교음악_ 앨범

「20120722, 어노인팅, 예배캠프2012 LIVE」





     개인적으로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오는, 모 사단 신교대 군종병으로서의 1년여의 시간들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매주 4~500명의 훈련병들 앞에서 - 그들의 대부분은 크리스천이 아니었다! - 찬양을 인도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두 즐겁고 신나게 노래할 수 있던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해보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훈련병들은 5주 동안 다섯번 예배를 참석하고 수료했는데, 그중에서 수명이 한달인 찬양팀을 매달 꾸려야하는 일은 늘상 하던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늘 함께 해오지 않던 사람들과 방향성을 맞추고 같이 예배하는 것은 그 사역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앨범리뷰를 하려던 차에 갑자기 느닷없이 매주 바뀌어가며 찬양했던 한달 수명의 군교회 찬양팀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 늘상 하던 일도 새로운 환경에서 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고 어노인팅이 지금 그런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어노인팅예배캠프2012LIVE]는 어노인팅의 스무번째 앨범이지만, 열아홉장의 앨범을 내놓았던 그동안의 어노인팅과는 또다른 첫번째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다를까? 변화는 인적 구성에서부터 감지된다. 





혼돈의 카오스 - 변화

     첫번째  앨범부터 꾸준히 사역을 지켜오던 리더가 자립했고, 새로운 예배인도자들이 전면에 드러서기 시작했다. 원래는 모체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독립되어버린 단체와의 완전한 분리가 이루어졌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다. 앨범 외적인 부분의 노출을 극히 자제했던 그동안과는 달리 각종매체와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공식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앨범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편이었고, 개인적인 감상이나 후기를 게시판에 남겨도 '감사합니다' 정도의 오피셜한 반응,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표명만 있었는데, 몇년 사이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한 공격적(?)인 소통이 활발해졌다. TV출연도, 라디오출연도 활발하다. 그전에는 정규앨범 티저영상을 공개하는 정도로만 사용되던 예배영상 비디오클립들이 유투브를 이용해 매주마다 업데이트 된다. 이번 앨범은 그런 변화 한가운데에 있는 어노인팅의 첫 열매다.











"나도 가고싶었다고요!" - 현장감

     앨범의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유려하다. 2006년 이후로끔하게 잡히기 시작했던 소리가 거의 안정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군더더기가 없고 매끄럽다. 개인적으로는 5집의 소리가 회중의 소리를 잘 잡아내서 현장감을 잘 살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이후에 나온 앨범들은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깔끔해서 아쉬움이 좀 있다. 말끔한 소리가 오히려 예배음반, 그것도 라이브워십의 장점을 깎아내리지 않나 하는 점 때문이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CCM과 워십앨범을 딱히 구분해서 듣는 사람이 많지 않고, 실제 CCM시장에서도 예배앨범의 노래들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해서 CCM으로 딱지붙여 판매하는, CCM과 예배음악, 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풍토에서 이 앨범을 듣는 리스너들의 목적이 어노인팅의 바람대로 '앨범을 들으면서 그 자리가 예배의 자리가 되도록 푹 잠기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예배시간에 불렀던 좋은 CCM을 들어보는(!)' 이유라면 지나친 회중의 소리가 음악의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런 의미에서는 과도하지 않은 회중의 소리들은 '현장감을 살리려는 의도'와 '리스너의 폭을 고려하는 의도'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았다...고 생각해본다.


     9집의 경우에는 중간중간 끼어있는 [나눔] 트랙들이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현장감을 높이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번 앨범은 예배 전체를 담는 것이 아닌 부분을 담는 특성 때문에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김재우 선교사님의 [기도 : 예배공동체를 위하여]가 1번 트랙으로 가는건 어땠을까 싶다. 앨범 전체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캠프에 함께 하고 있다는 현장감을 부여하는 한편, 한곡한곡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으로 찾아서 듣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현장감도 살릴 수 있고. 공간감을 살려서 현장감을 살리는게 운드의 목적인데, 실컷 사운드 얘기하다가 기도트랙 옮긴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물으신다면, "어찌됐든 예배의 자리에 앉아 있게 하면 되는 것이 예배앨범의 목적이 아닌가"하고 수줍게 답변하리이다.




(찰칵! 찰칵! 찰칵!) "쓰따일!" - 스타일


     "캠퍼스워십은 힐송과 크리스탐린 사이의 그 어딘가, 마커스는 견고한 이스라엘 허튼 위"


     내가 농담 삼아 가끔 하는 말인데, 그만큼 예수전도단 캠퍼스워십과 마커스의 음악적 본류는 명확하다. 반면 어노인팅의 음악적 스타일은 명확하지 않다. 음반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앨범마다 리더가 다르다보니 같은 연주자들이 연주한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다른 스타일이 매번 풍겨져 나왔었고, 어떤 앨범에서는 뮤직 디렉터의 성향이 드러난 듯하고 어떤 앨범에서는 인도자의 스타일이 곡에서부터 묻어나오고, 어떤 경우에는 모든 것을 상쇄하는 우직한 스타일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도자와 한 사람의 프로듀서가 꾸준히 사운드를 쌓아온 여타의 팀들에 비해 음악적 폭이 넓지만 상대적으로 빈약한 색깔이 아쉬웠다. 장르적 다양성이 장점이라고 하기에는 마커스 기타의 톤은 너무 매력적이고, 캠퍼스워십의 사운드는 묵직하다. (굳이 따지자면 다른 팀들에 비해 6/8의 에스닉한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삼바나 켈틱, 월드뮤직의 느낌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2013년에 나올 (나올지 안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앨범에서는 스타일의 명확한 선이 그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가 쉽게 노래하지 않는 것들 - 가사

     예배캠프 앨범의 모태격인 예배인도자 컨퍼런스 앨범을 2002년 앨범부터 꾸준히 들어온 청자로서 컨퍼런스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앨범에 제한 없이 깊이 있는 예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다. 2003년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sounds of worship]는 즉흥예배를 담은 트랙인데, 이 트랙에 자그마치 5분 20초 - 같은 앨범에 실린 [지성소]보다 길다 - 나 되는 시간 동안의 예배의 흔적이 담겨있다. 2006년 앨범을 기준으로 나누었을때 전기에 해당하는 2002~2006년 앨범에는 이런 트랙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이 앨범들은 '나'가 아닌 '하나님'에 초점을 맞춘 경배곡들이 많이 담음으로써, 이것은 다른 팀들이 '나와 하나님', '나의 하나님'과 같은 주제에 천착하고 있는 것과 큰 차별을 두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래로도 이렇게 깊이 예배할 수 있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한다. 어찌보면 음악적으로는 지금보다 투박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앨범들이 그렇게 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예배의 목적성을 바르게 설정한 노래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매트 레드맨이 그의 책 <엎드림>에서 책을 읽다가 경외감이 들때마다 책을 덮고 무릎을 꿇고 엎드리기를 권하기도 했는데, 예배앨범이 그렇게 권하는 것을 새로운 앨범에 느끼고 싶다. "엎드려 경배하십시오, 나의 위로나 만족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나님 되시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예배합니다. 그러니 같이 엎드려 경배합시다."하고 권하는 앨범, 아니, 이미 먼저 엎드려 예배하고 있는 그런 앨범을 만나고 싶다. 정제되고 절제되지 않은 무식할 정도로 정직한 예배의 흔적을 바란다.




급하게 마무리

     어느 인터뷰에서 박기범 실장님은 어노인팅의 마지막을 그려본 적 있노라고 답변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에 예배를 통한 부흥이 일어나서 어노인팅이 사역의 소명을 다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어느 때보다 더 찬양을 통한 예배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홍수에 쓸 물 없다고 예배문화만을 추종하는 풍토가 넘치고, 찬양할 때는 그리 살갑던 형제자매들이 현실로 돌아오면 어색하고 서늘한 미소만을 주고받는 교회, 밖에서는 지탄받아 진짜가 없다고 비난 당하는 시대에 예배를 통한 개인의 회복, 예배 공동체의 회복을 소망하는 어노인팅이 소명을 다하려면 아직 일러도 한참 이른게 아닌가 싶다. 어노인팅이 이 앨범, 또 이어질 다른 앨범을 통해서 변화하는 상황과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예배의 자리를 견고히 지키며 이 땅의 레위지파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를 기도한다. 레위인의 분깃을 다른 지파들이 잘 안채워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긴 하지만... 





트랙별 감상과 자잘한 얘기는 내일 써야겠다- (아,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