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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까지는 못 되는 감상/기독교음악_ 앨범

「20120618, 남미워십, 나 여기에」






     남미워십의 네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3집 <언약의 하나님>이 내 기대와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좋았던 것을 비춰봤을 때 4집의 발매소식은 나를 흥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예배사역쪽에서 이름난 몇몇 팀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춰보면 LAMP와 같은 군소사역팀(!)의 분투가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 앨범은 '남미에서 불리는 예배곡들은 번역해서 한국에 소개하는' 본래의 목적에 지나치게 성실할만큼 충실하다. 그간의 앨범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보통의 사역팀이 앨범을 두번째, 세번째 내기 시작하면 창작곡을 넣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네번째 앨범인데도 창작곡이 하나도 없이 앨범의 11곡이 모두 번안곡이다. 큰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게 너무 맘에 든다. 번안곡 같은 창작곡들이 난무하는 지금 보기 힘든 겸손이다. 


     하지만 음악적 특수성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미음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나는 삼바와 그루브 넘치는 각종리듬일 것이나, 남미워십에서는 그런 곡들을 찾기 쉽지 않다. 남미 특유의 상쾌함을 주는 트랙은 1집의 <주의 거룩한 이름 높이며>라든가 2집의 <기뻐 춤추며 노래해 - 왕께 호산나> 정도뿐이고 나머지 트랙은 대부분 차분하고 잔잔한 노래들로 채워져있다. 이 트랙들과 간혹 나오는 스페인어 트랙만 없으면 '이게 남미쪽 노래가 맞나'할 정도로 우리네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번안에 충실하고 남미의 곡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인 이들의 목적성에 비춰볼 때 분명한 약점이다. 이번에도 날것의 스페인어로 트랙하나를 채운 1번 <Tu Fidelidad>와 남미느낌을 낸 <기뻐하며 찬양하세>를 제외하면 작곡자명에 남미인으로 보이는 이름이 없다면 리스너들이 이 곡들을 과연 남미워십이라고 알아챌 수 있느냐는 것이다.


     편곡부분에서도 조금은 아날로그한 느낌이 강하다. 대부분의 예배음악들이 모던락에 음악적 기반을 두고 있는 바, 강력한 일렉트릭기타와 화려한 신디사이저로 채워져있는 반면, 남미워십의 사운드는 90년대 중후반, 혹은 2000년 언저리에 있는듯한 느낌이다. 아날로그의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전체적인 사운드의 중심에 있는 어쿠스틱기타와 색소폰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으나, 컨템포러리한 느낌은 확실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미워십의 앨범이 힘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가장 큰 강점인 가사다. '주 날 만지실 때 내 모든 것 떨려오고'[각주:1]와 같이 기존의 예배곡들에서 볼 수 없었던 친밀함을 나타내는 가사나 '간절히 불러봐도 침묵만이 다시 내게 되돌아오네'[각주:2]와 같이 정서와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들은 남미워십이 아닌 다른 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것이다. 작금의 예배곡들, 특히 한국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곡들은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설정하고 '우리 모든 것을 다 바치겠습니다'하는 뉘앙스의 곡들이 많았는데 남미워십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친밀한 연인과 같이 여김으로써, 그간의 경외하고 두려워하거나 순교자적 사명을 담은노래에 피로와 마음의 부담을 느끼던 한국의 예배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앨범에도 그런 서정적이고 편안한 가사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냉정하게 봤을때는 전작들의 짜임새를 능가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사운드는 3집의 그것과 흡사하고, 스타일은 여타 다른 예배팀과 크게 차별적인 무언가가 없다. 아직 두번씩 밖에 들어보지 못했지만 <주께 가까이>[각주:3],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은>[각주:4],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각주:5] 같이 (예배곡에 이런 표현을 쓰는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메가히트를 터트릴 넘버가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 (맨앞과 맨뒤의 트랙을 차지해 수미쌍관을 이루고 있는 <주의 신실함 크도다Tu Fidelidad> 정도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가르쳐주소서>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이 기쁜 것은, 수많은 예배팀들이 영미의 스타일만을 주워섬기는 작금의 세태에서 또 하나의 문화적 채널을 열어 예배자들이 문화적 강요를 당하지 않게 예배음악의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 사역에 지친 기색이나 피로함 없이 꾸준히 앨범을 내주고 있다는 것, 덕분에 5집도 같은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10곡이나 들어있는 앨범의 장점으로는 좀 부족한가...)



     



  1. <주 날 만지실 때> - <누가 끊으리요>(2004) 수록 [본문으로]
  2. <날 기억하소서> - <언약의 하나님>(2009) 수록 [본문으로]
  3. 어노인팅, (2005) 수록 [본문으로]
  4. 다리놓는사람들, <예배인도자컨퍼런스LIVE 2004>(2005) 수록 [본문으로]
  5. 마커스워십, (2009) 수록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