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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까지는 못 되는 감상/책벌레

「20110410,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_01」

1.
로날드 사이더의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을 다 읽었다.
Rich Christians in an Age of Hunger: Moving from affluence to Generosity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크게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해,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2011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 되지 않을까...

반드시 소장해야하는 책이지만, 일단은 빌린 것이기에 주요부분을 발췌해둔다.
일단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입장을 묘사한 본문 중,
내 생각과 매우 흡사한, 허나 더 명확하게 설명된 부분... 




     독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산기슭의 작은 마을에 모여 살았다. U자형의 급커브가 군데군데 있으며 난간도 없는 가파른 벼랑으로 이루어진 꼬불꼬불하고 미끄러운 길이 산 한쪽으로 굽이쳐 올라가서 다른 쪽으로 굽이쳐 내려와 있었다. 그 길에서 종종 대형 교통 사고가 발생했다. 그 마을에 있는 세 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들은 대책을 세우기로 결의했다. 그들은 자금을 모아 구급차를 한 대 샀다. 부상자들을 인근 도시의 병원으로 재빨리 싣고 가기 위해서였다. 매주 교회의 자원봉사자들인 24시간 내내 구급차를 가동시키기위해 신실하게, 심지어 희생적으로 그들의 시간을 바쳤다. 그들은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어떤 희생자들은 영원히 불구자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느 날 한 방문객이 그 도시에 왔다. 그는 어리둥절해하며 왜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을 폐쇄하고 그 대신 터널을 만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구급차 자원 봉사자들은 깜짝 놀랐으나, 곧 이러한 방법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적이거나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 좁은 산길은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게다가 그 도시의 시장은 그런 생각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시장은 산 중턱에 있는 커다란 식당과 주유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방문객은 이 도시의 그리스도인들이, 시장의 경제적 이해 관계가 맣은 사상자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다소 주저하면서, 교회가 나서서 시장에게 말할 것을 제안했다. 시장은 그 도시에서 가장 오래 된 교회의 장로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 시장이 고집을 부리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다른 시장을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그러자 그 도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분노로 목소리가 거세졌다. 그들은 강한 확신을 가지고 그 젊은 급진주의자에게 교회는 감히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회는 복음을 전파하고 목마른 자에게 한 잔의 냉수를 주는 일을 위해 부름받았다는 것이다. 정치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세속적인 일에 손을 대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방문객은 당혹해하며서 괴로운 마음으로 그 마을을 떠났다. 그가 마을을 벗어날 때, 한 가지 질문이 혼란한 마음속을 계속 맴돌았따.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 파괴적인 사회 구조로 인해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를 실어나르는 구급차를 운행하는 일이 정말로 더 영적일까?'

 
로날드 J. 사이더,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5판, 한화룡 옮김, IVP, 2005, pp.367~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