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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생각해봤어/2015 그냥 한 생각

20150316, 예배실황영상의 함정


     제가 제일 처음 본 “예배 전체를 담은 영상”은 어노인팅의 5집 DVD였어요. 여러 차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썼던 것처럼, 그 앨범은 전통적 예배에 갇혀 있던 제겐 꽤 큰 문화충격이었고, 큰 변혁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한동안 저는 그 영상을 ‘이 다음에는 이 장면, 그 장면 다음에는 어떤 장면’하는 순서를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봤었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아서 계속해서 반복했던 거였어요. 노트북으로 봤다가, 데스크탑으로 봤다가, 교회 스크린으로 보기도 하고...



     영상편집이나 촬영에 대해서 완전 문외한이지만, 계속 보다보면 잘 몰라도 이런저런 생각이 생겨나더라고요.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예배실황영상이라는 것이 그곳에 동참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라이브가 아니라 편집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5집 집회 영상에서 기타 연주자의 옷이 중간 중간 완전 다른 옷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래, 이건 편집된 거였지”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던 거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DVD 케이스에는 ‘2번의 예배를 교차 편집했다’는 안내문이 인쇄되어 있었...)


     예배실황, 특히 매주 제공되는 VOD서비스가 아니라 DVD 같은 형식으로 발매되는 영상은, 여러 대의 촬영본 중에서 편집하는 사람의 의도와 성향에 의해 잘려 붙여진 것이죠. 그것이 컷 하나하나에 의도를 싣는 것이든,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든 간에요. 그 실황영상을 보면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사고는 영상에서 보이는 것, 즉 편집에 의해 들어간 컷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예전에는 예배영상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열심히 찬양하는 것 같지도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분위기를 살피는 어색한 회중들의 클로즈업 샷을 편집으로 커트해낼 수 있었는데 대체 왜 삽입했을까 싶은 아쉬움 같은 것들이요. 어차피 깊은 예배의 모습들을 담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깊은 예배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회중들을 굳이 찍어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게 할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나는가수다>가 왜 우스꽝스럽게 패러디 되고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나가수>가 비판 받았던 것은 현장에 참석한 관객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뜬금없이 눈물을 흘린다든지, 뭐만 했다하면 기립박수를 치는 작위적인 액션으로 현장과 안방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또 ‘이 노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줄게’하는 식의 의도가 짙게 느껴져서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감동받지 않으면 안방시청자들이 수준 낮아서 그렇다는 뉘앙스가 느껴졌던 거죠.



     또 라이브로 회중의 컷을 잡아 곧바로 스크린에 쏘는 대형집회에 가보면 스크린에 나온 이들이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신실하고 은혜로워 보이는지요. 하지만 그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 예배 전체의 민낯은 아닐겁니다. 은혜로워보이는 사람들만 비추게 되면 그 예배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로서의 의미보다는 몇몇 (카메라 디렉터에 의해) 선별된 사람들의 액션만 부각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쩜 모든 수련회가 그렇게 하나같이 은혜충만한가 모르겠어요.) 예배하는 개인은 문제가 아니지만. 나가수처럼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만 비춰주는 것은 현상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예배영상들에서 볼 수 있는 ‘별로 열심히 찬양하지 않는 사람들’의 컷은 영상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이 영상 속에 나온 회중들이 뭐 대단히 높은 수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깊은 영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별 다를 바 없는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부담스러운 심리적 진입장벽이나 불필요한 사대주의(?) 같은 것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낳는 것 같아요.


     찬양팀으로 섬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나는 액션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내게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 사람은 손들고 찬양하네, 예배하려는 마음이 크구나'라든가 '이 분은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부르시네, 안타깝다'같은 생각이요. 아마 그동안 영상을 볼때도 그런 잣대로 영상에 나오는 누군가를 평가했기 때문에 갖지 않아도 될 불편함 같은 것들이 생긴 것 아닐까 싶습니다만...



     지금 제 생각은 좀 달라졌습니다. 예배 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그 시간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위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예배의 행위라는 생각이 좀 커졌어요. 각 사람이 예배할 때 보이는 태도가 전부 똑같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한동안은 유명 예배팀의 영상을 보면서 '저 팀의 예배는 저렇게 열정적이고 뜨거운데 왜 우리교회는 그렇지 못한가'하는 고민을 꽤 오래 했었는데, 사실은 그 예배의 자리나 우리의 예배의 자리가 크게 다를바 없었고 그걸 바라보는 필터나 저의 사고가 이중적이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