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생각해봤어/2015 그냥 한 생각

20150115, 마녀사냥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뜨겁다. 그래도 어린아인데 세게 때리기야 했겠어, 꿀밤정도겠지 -물론 그것도 잘못됐지만-, 하며 나이브한 태도로 재생버튼을 눌렀던 것이 무안하게 영상은 경악스러웠다. 텅 빈 내 방이 헉, 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던 건 보너스.

     그 막돼먹은 가해자의 신상은 이미 털린지 오래고, 당사자의 남편 전화번호라는 허위글과 함께 자기 번호가 웹상에 공개된 어떤 사람은 밤새 300여통의 전화와 400통의 저주문자를 받아야했단다. 야단은 야단인가보다.

     그런데 그 번호가 무고한 사람의 번호이 아니라 설령 진짜 그 당사자의 남편번호였다고 해도 옳은 행동이었을까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렇게하면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일까, 그 번호로 온갖 저주를 퍼부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나중에 내 자식이 그런 짓을 당하면 낸들 안그럴수 있겠냐는 보험적 자기변호가 무겁게 충돌한다.

     구치소에서 조현아가 당할 수모를 상상해 쾌감을 느끼며 세세하게 묘사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며 후련해하는 것이나, 사실 용역업체에 경비원채용을 맡긴 죄밖에 없는 신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싸그리 악마로 만드는 것이 (그 사람들이 져야 하는 법적책임과는 별개로) 무슨 대단한 정의라고 열을 올리나 싶은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나는 저들과 달라'하며 그들을 비난하면서 얻는 도덕적 안도감을 얻기 위해, 또 마녀 하나를 잡아족쳐(!) 매달아 불태워죽여 조금이나마 사회가 정화됐다고 믿기에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너무 잦으며 태워죽여야할 마녀는 너무 많다.

     뒤틀린 구조 안에서는 우리 모두가 잠재적 가해자이며, 실제로 가해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조현아만큼 재벌이 아니고, 신현대아파트 주민만큼 잘살지 못해 기자들의 표적이 되지 않아서 티가 나지 않을뿐. 막말로 우리중에 조현아 같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위대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문제는 구조다.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