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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생각해봤어/2015 그냥 한 생각

20150105, 쓰임받는 것과 족쇄를 쓰는 것



1.

     구글에 "쓰임받는"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본다. 몇페이지가 넘어가도록 나오는 검색결과들은 전부 개신교 관련 글 - 그것도 대부분은 설교문 - 이다. 네이버로 검색엔진을 바꿔서 검색해본다. 그래도 여전히 "쓰임받는"이라는 검색어에 잡히는 모든 글들은 전부 개신교 글이다.


     영어로 하면 "be used", "사용되는", "쓰이는" 정도로 번역되는 이 단어를 굳이 교회방언화 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쓰임받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같은 이기적인 믿음이 떠올라 영 불쾌하다. 정말 도구로 사용되는, 청지기같은 삶을 추구한다면 굳이 쓰임""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려놓음", "부르심" 같이 뭐든지 명사형으로 바꾸는 방언이 교회의 게토화를 가속화하는 것을 이제 다들 알 때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 그보다 그 쓰임 받는다는 것이 교회의 구실을 간신히 유지하게 하는 미미한 가치의 일들이 너무 많지 않나. 그래서 뭐 대단한 것처럼 하나님의 "쓰임을 받는다"고 표현하고 싶은 영적 허영심을 담아 말들 하는 것은 아닌지.

 


2.

     주일마다 교회에 가는게 진이 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한지는 오래됐지만, 역할이나 책임 때문에 자리를 지키던 때가 지나가니 정말 진이 빠지는게 확연하게 보인다.


     어쩌면 교회에서 시키는 일들은 사실 책임감을 구실 삼아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 교회 일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자리를 지키게 만드는 족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다들 그걸 알고 별 것 아닌, 사실은 없어도 되는 일을 뭐 대단한 일인 것 마냥 선심쓰듯 나눠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 일들을 한다고 해도 하나님 나라가 한 뼘이라도 늘어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은 커지고, 책임감의 안개가 걷힐수록 그 불신이 선명해진다. 임원을 하면, 순장을 하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나요, 확신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