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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기: 두유노우딤섬] 02 여기가 쯔위의 나라입니까?





여알못의 [대만여행기: 두유노우딤섬]

02 여기가... 쯔위의 나라입니까?


01 안녕하세요, 여알못입니다. (보러가기)










6.

짐을 후딱 부치고, 출국심사를 받았다.


출국심사를 기다리면서 은수가 아무 생각 없이 심사대 사진을 찍었다가 보안직원에게 무안당한 것을 놀리면서 ("지금 여기서 사진 찍으신거에요?ㅋㅋㅋㅋㅋㅋ" "여기서요??ㅋㅋㅋㅋㅋㅋ" "저분 사진 찍으셨대, 지우시는 거 확인해봐") 면세점으로 향했다. 








7.

혹자는 면세점이야말로 해외여행의 꽃이라고 한다지만, 나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가 잔뜩 섞여 사방팔방에서 오고가고, 데스크의 점원에게서는 정신없음이, 통로 한복판에서 물건을 꺼내서 왕창 캐리어박스에 때려넣는 관광객들에게선 매너없음이 왕창 느껴졌다. 이것저것 가방에 쑤셔넣으니 제법 짐이 무거워진다. 백팩 하나 덜렁 매고 온 프로여행러 준이형과는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누가 여알못 아니랄까봐 짐을 너무 무식하게 쌌다.








8.

"시간을 팔아 돈을 벌었다"는 말은 대만 여행 내내 은수가 중얼거리던 말이었다. 저가항공기를 탄 덕에 비용은 엄청나게 절약했지만, 항공료가 싼만큼 게이트는 엄청 멀었다. 더 걷고,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륙시간이 9시 5분이었고 나는 7시에 도착했건만 탑승시간은 빠듯했다. 엄청난 멘탈의 소유자이지만 유독 배고픈 것을 못참는 은수는 이때쯤 살짝 멘탈이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도 '배고파'를 그 짧은 시간에 스무 번은 말한듯.







9.

9시 5분에 이륙해야했지만 누군가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아마도 그래서 이륙 스케줄이 꼬여서 그런지 9시 30분이 조금 넘어서야 출발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밥먹고 들어올걸 그랬다'는 덧없는 푸념과 앞자리에서 풍기는 기내식 냄새가 묘하게 섞여 괴로웠다.








10.

가는 동안 준이형과 은수는 스마트폰에 넣어온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보고, 나는 대만 에세이를 읽었다.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대만Taiwan과 태국Thailand도 구분 못하는 '대알못'에서 '대만 스노브snob'가 되었다. "대만은 여섯개의 자치시가 있는데 어쩌고저쩌고.... 대만은 47년 동안 계엄령 어쩌고저쩌고..."







11.

대략 두시간 정도 날아서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가... 쯔위와 딘타이펑의 나라입니까...?"라고 한번 읊조린 다음 빠르게 짐을 찾는다.









12.

물없이는 사흘 정도 살 수 있지만 와이파이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괜히 있나. 유심칩부터 샀다. 300 NT$ (한화 10,500원) 정도면 5일 동안 무제한 데이터 + 50NT$ 가량의 통화가 가능했다.


유심은 하나만 사고, 나머지는 그 유심을 꽂은 핸드폰을 테더링해서 쓰는 방식으로 와이파이를 썼다. 덕분에 10,000mA 짜리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연결해서 쓰는 은수의 스마트폰은 나흘동안 '사실상 기지국'이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흘 동안 6GB 정도 썼던걸 보면 꽤 알차게 썼던 것 같다.







13.

짐을 찾고 난 후, 너무 배고파서 공항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주문을 영어로 하는데, 나도 영어를 못하고 점원도 영어를 잘 못하니 서로 불편. 에라이 모르겠다, 디스, 댓, 오케이 하며 바디랭귀지 시전.


대만냄새 물씬 나는 음식이 첫끼가 될 줄 알았는데, 이 밍밍한, 한국에서도 잘 안 먹는 샌드위치가 첫 끼니가 될 줄이야, 하며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순식간에 처묵처묵했다.







14.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버스(1819번)로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다. 편도로 가면 125NT$(약 4,400원), 왕복은 230NT$(약 8,050원) 정도 한다.


우리는 왕복으로 세 장을 끊었는데, 어떤 현지인 아저씨는 대놓고 소인 티켓(70 NT$)을 끊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우리도 저렇게 할 걸 그랬나?"







15.

6월의 대만은 무척 춥고, 동시에 무척 더웠다. 건물 안에 있으면 엄청난 에어컨바람 때문에 기침이 나올 정도인데, 건물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푹푹 찐다.







16.

대략 40여분을 기다렸다가 간신히 버스를 탔다. 버스 한 대 당 승무원이 두 명 붙는 것 같았는데, 한 명은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고 검표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기사다. 우리가 탈 버스의 기사는 차를 세우더니 운전석에서 뭔가를 먹기 시작했는데, 면이었다. 면을 도시락으로 먹는 건 나름의 문화충격이었다.


버스를 탈 때 승무원이 트렁크에 캐리어를 넣어준다. 이 아저씨가 내 앞사람까지는 짐을 직접 실어주더니 나한테는 갑자기 어눌한 한국어로 "어디까지 가요?"하더니 "타이베이"라고 대답하니까 "Put it by yourself."하며 턱만 까딱한다. 내 참.






17.

구궝커윤國光客運[각주:1]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한국으로 치면 서울역)에 도착한다. 버스 선반 위에 쓰여져 있는 碰撞의 뜻이 궁금해  구글 번역기로 검색해봤더니 "심장충돌"이라고 번역돼서 "심쿵"이냐며 낄낄거렸음. (알고보니 소심小心은 주의하라는 뜻, 그러니까 충돌 조심하라는 뜻이다.)





18.

우여곡절 끝에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도착. 이때가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 50분, 한국을 떠난 지 다섯 시간만이었다.




  1. 버스 정류장을 보면 어떤 경우에는 ~객운客運이라고 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는 ~파사巴士라고 되어 있다. 객운은 우리나라로 치면 ~운수, 파사는 버스의 중국어 음차bashi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