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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기: 두유노우딤섬] 04 중정기념당, 융캉제1




여알못의 [대만여행기: 두유노우딤섬]

04  중정기념당, 융캉제1


01 안녕하세요, 여알못입니다. (보러가기)

02 여기가... 쯔위의 나라입니까? (보러가기)

03 얼얼바 평화공원 (보러가기)







24.

얼얼바 평화공원의 비극을 뒤로 하고, 우리는 제일 대만에서 제일 넓은 관광지인 중정기념당으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두 마리의 청설모를 보았고, 보행자 녹색 신호인데도 횡단보도로 들이대는 스쿠터를 세 번이나 봤다. 얘네들 진짜 신호 안 지킨다.






25.

중정中正은 대만의 정치지도자인 장제스가 두번째로 사용했던 이름으로, 중정기념당은 국민당의 장제스를 기념하는 곳이다. 장제스는 중화민국을 26년간 장기집권한 인물로, 항일운동을 했고 공산주의로부터 대만을 지켜냈다는 공이 인정되는 반면, 얼얼바 평화공원을 이야기하며 언급했듯, 대만 본성인들을 4만명이나 죽게 만든 공포정치의 독재자라서 비판받는다. 대만 내에서도 평가가 확연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정상이다. 그분 아버지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유명한 관광지나 유물은 대개 두 가지 원인으로 유명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사람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을 지은 곳이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평생에 가까운 시간과 노력을 바쳐 만들어낸 보물이거나. 첫번째처럼 독재자, 전제군주 한 사람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착취당한 것이 느껴지는 유적이나 건물을 보면 불쾌함부터 든다. 중정기념당을 볼 때도 그랬다.


광장 정중앙에 위치한 본청은 장제스의 나이인 89개의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올라가면 장제스의 거대한 동상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일부러 계단을 많이 만들어, 방문객이 계단을 다 올라가 장제스 동상을 볼 때쯤이면 숨이차서 허리를 굽히게 만들려는 술책'이라고 중얼거리며 올라가지 않았다. 멀리까지 와서 독재자 얼굴 볼 게 뭐가 있나 싶었던 거다. 내가 계속 독재자 운운하며 영 불쾌한 투정을 그치질 않자, 준이형은 때마침 올라가기 귀찮았는지 올라가지말자고 했다.







26.

독재자 기념당 주제에 넓기는 또 엄청 넓었다. 지하처럼 되어 있는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다가 서늘한 지하실 기운에 이끌려 10분 정도 앉아서 쉬었다. 건물 내부는 90년대 학교 건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현대식 기기들이 놓여져 있어 묘한 기분이 들게했다. 지금 당장 통일전망대 같은 곳을 가면 이런 분위기일까.







27.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걷는 것은 포기하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 타이베이를 다니면서 구글 지도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사실상의 거의 모든 루트는 구글신의 도움으로 짠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튿날부터는 타이베이 버스 트레커 어플의 도움도 받았지만, 구글의 디테일함은 최고였다. 외쳐, 갓글!


출국하기 전부터 "딘타이펑 가자"고 노래를 부르던 준이형의 소원대로 딘타이펑 본점이 있는 융캉제(우리나라의 홍대쯤)로 이동했다. 그러려면 동멘東門역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때 우리는 처음 버스를 타는거라 어버버할 수밖에 없었다. 일정과 이동은 내가 담당하고 있던터라, 이동할 때는 내가 앞장섰다. 구글이 추천하는 버스가 왔길래 앞문에 발을 반쯤 걸쳐놓고 "Dongmen station?"이라고 물었는데, 버스기사는 시큰둥하니 아는 체도 안해서 무안하게 다시 내렸다가, 에라 모르겠다, 설마 다른 곳이겠어, 하면서 탔다. (대만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묻는 말에 대답을 잘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려고 했던 기억이 남았는데, 유독 이 버스기사 아저씨한테는 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내렸다가 다시 타겠다고 문 열어달라고 했을때 열어준 거 보면 불친절한건 아니었는데... 아마 영어라서 시큰둥한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닌가, 내 영어가 후졌나.)


타이베이의 버스요금체계는 조금 기묘한데, 어떤 구간에서는 요금을 탈때 내고, 어떤 구간에서는 내릴 때 요금을 낸다. 그래서 입구 언저리에 (上 車收不 / 下 車收不)이라고 쓰여있어 그것을 보고 요금을 내면 된다. 만약 구간을 넘어가는 간선버스를 타고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면, 탈 때 요금을 냈더라도 내릴 때도 요금을 내야한다.





28.

한국에서도 딘타이펑을 안가봤는데 본점부터 가보게 되다니 우습다고 생각하면서 딘타이펑을 찾았다. 융캉제 입구로 들어가기 전 대로변에 위치한 본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해져서인지 북적북적거렸다. 점원은 한국인, 대만인, 중국인, 일본인을 기가 막히게 구분해서 그 나라 말로 응대하더라. 물론 절반 정도가 한국인이었던 게 함정.


한국어로 된 접객을 받으면서 2층으로 올라가 주문을 했는데, 점원들이 한국어를 너무 유창하게 잘해서 그런지 은수는 메뉴 하나를 가리키며 "이건 뭐예요?"라고 물어봤다는 후문이... (물론 점원은 '뭐라는거야?'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고...)


이것저것 엄청 많이 시켰는데 1017NT$ (약 35,600원)정도 밖에 안 나왔다. (한국 들어와서 비슷한 메뉴를 시켰더니 6만원 가까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대만의 물가는 확실히 싼 편이었던 것 같다.)






29.

딘타이펑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대만 3대 빙수 중 하나라는 스무시Smoothie 망고빙수를 먹었다. 지도와 가이드 상으로 나온 것을 찾아가니 사람이 너무 많고 공간도 비좁아서 포기할까 하다가 2호점이 있다는 안내표지판을 보고 2호점으로 가기로 했다. (1호점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거, 이런 건 셋 다 참 잘 맞아.) 한 100m 정도 걸어가면 깨끗하고 넓고 쾌적한 2호점이 나오는데, 1호점과의 맛 차이는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흠흠.


엄청 달다며 투덜대면서도 그릇 하나를 싹 비우고 나오니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30.

빙수를 먹고 융캉제 거리를 구경하던 도중에 한국의 전, 부침개 같이 생긴 길거리 음식을 발견했다. 가장 기본이 25NT$고, 계란이나 다른 소스를 추가할수록 가격이 붙었다. 그런데 우리는 잔돈이 25NT$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소스와 재료도 추가되지 않은 기본을 사먹었는데, 이게 웬걸, 진짜 맛없었다. 소금 간 한 밀가루맛.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먹은 것은 총좌빙이라는 대만의 길거리음식이며, 관광객들에게 꽤 유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음식이 뭔지 어찌 아나, 간판이 제대로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파는 길거리 음식의 이름을 알 수 있을 리가.) 다음날 재료를 추가해서 먹어보자고, 재료가 풍성해지면 이렇게 맛없지는 않을거라며, 다음날 융캉제 다시 와서 먹자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지만 '헛된 기대는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총좌빙을 다시 먹을 수는 없었다.


 







사진용량 한계로,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