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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생각해봤어/2015 그냥 한 생각

20150106, 시온의 대로는 어디 있는 도로래?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

그들이 눈물 골짜리고 지나갈 때에 그 곳에 많은 샘이 있을 것이며 이른 비가 복을 채워 주나이다"

(시편 84편 5-6절, 개역개정)



     오늘 부흥회 본문. 강사님은 이 본문을 "하나님께 복을 받는 사람에게 시온의 대로가 열린다"고 해석하셨다. 여기서 말하는 시온의 대로는 가정의 축복이나 자녀의 축복을 의미한단다. 그런데 본문만 살펴봐도 뭔가 맥락이 이상한 게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에게" 복이 있는 것이지 "복 받는 자에게 시온의 대로가 열리는 게아니란 말씀. 더군다나 시온의 대로가 열린다는 표현은 성경 - 적어도 이 본문에는 없다. 그런데도 시온의 대로가 열린다고 단정지어서 얘기하는 게 옳은 건가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 그 시온의 대로라는 게 뭔지 궁금해서 영어성경을 찾아봤다.



Blessed are those whose strength is in you, who have set their hearts on pilgrimage.

(Psalm 84:5, NIV)



     NIV에는 시온의 대로라는 표현이 없고 순례길pilgrimage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시온의 대로라는 것은 시온으로 가는 순례길이지,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푸는 축복 같은 것, 강남대로 같이 넓은 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5절은 성전을 향한 순례의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 복이 있다는 의미다.


     6절에 나오는 눈물골짜기도 마찬가지다. KJVNIV를 살펴보면 눈물 골짜기로 되어 있는 부분은 시온 성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바카 골짜기(고유명사, Valley of Baca)를 의미한다. 눈물골짜기는 바카골짜기의 애칭이며, 눈물을 흘릴만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5절의 보충 설명으로 성전으로 향하는 순례의 길을 걷는 자들에게 샘을 허락하신다는 6절이 지금은 슬프고 힘들어도 복을 주신다는 해석으로 변한다. 나는 도저히 이 매커니즘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의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해석하는게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잘 모르는 부분을 더 잘 알아보기 위해 다른 번역본을 찾아보면 볼수록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해석을 과연 옳은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빌립보서의 말이 사실은 비천에 처할 줄도, 풍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연한 믿음의 고백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 구절을 예수 이름으로는 불가능한 모든 것도 가능하게 된다고 내게 가르쳐줬던 분들과, 이 구절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내 무지와 게으름 때문이다.


     하나님을 따르면 복을 받는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 하나님이 복 주시는 하나님인 것을 믿는다. 다만 하나만 묻고 싶다, 시편 84편의 시온의 대로를 복의 통로로 오독하는 식으로 모든 성경구절을 축복으로 덧칠하는 것, 혹 성경이 명확하게 디렉션하고 있는 것을 내가 듣기 좋은 방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신앙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을 따르는게 아니라, 사실 나님을 따르는거 아닌가?


     한 가지 더이것도 페이스북에 올리면 안 되는 비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