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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생각해봤어/2017 그냥 한 생각

20170723, 그때하나님이저에게이렇게말씀하시더라구요

    나는 "그때 하나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류의 말을 믿지 않는다. 들을 때마다 너무 불편하다. 대강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단순한 수사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표현으로 생기는 부작용이나 그 표현으로 얻게 되는 화자의 부당이득이 너무 크다. "하나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정도의 표현으로 해도 될 것을 굳이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근거는 화자 본인의 심정적 확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즉, 말하는 주체가 하나님인지 아니면 그 말을 '들은' 본인인지는 아무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을 하나님의 계시로 혼자 그렇게 믿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완전 다른 문제다. 화자는 본인이 하나님과 직통대화하는 사람으로 오해 받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단 말인가. 내가 "하나님이 이 글을 올리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라고 얘기하면 믿어줄건가?




     둘째, 하나님의 현존은 그렇게 쉽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화라니.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의 나이가 아흔아홉이 될때까지 그가 하나님과 대화한 기록은 네번이 고작이다. 25년에 한번꼴이다. 믿음의 조상이며, 믿음을 논할 때 빠지는 일이 없는 아브라함도 하나님과 독대한 기록이 네 번 밖에 나와있지 않은데, 이 시대를 사는 크리스천에게는 유독 자주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신약시대 이후에 대화 정책기조에 변화라도 있었던 것일까.


     셋째, 그 삶의 흔적이 말해준다. 성경에서 하나님과 직접 대면했다고 기록된 사람들의 삶은 죄다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행동으로 수놓아졌고, 성패와 상관없이 눈여겨볼만한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실제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는데 듣기 전의 삶과 별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면 그 진정성을 무엇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왜 내 말을 안 믿어주냐고! 빼애애애액!"하기보다 삶으로 보여주는게 확실한거 아닌가.


     물론 적절한 비유와 수사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예기치 못한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감동과 깨달음을 의도적으로 제조해내기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고, 뇌피셜을 하나님피셜로 왜곡하는 것, 자신의 생각을 하나님의 계시로 둔갑시키는 것만큼 불경스러운 것이 어딨겠는가.